빗물같은 情을 주리라

빗물같은 情을 주리라


너로 말하 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 쯤 그만 봐 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 봄인데
너도 빗물같은 情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 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 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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