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 시민아파트. ~ 오래된 기억. 사라질 추억 ~

남산은 여러모로, 내 사진의 고향이랄까. 내가 사진을 시작한 곳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것
들이 있을때 종종 가게되는 곳이야.

Depapepe - 風見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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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사람들이 남겨둔 무엇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래된 무엇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

그런것들을 담아보고자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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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다른 동들은 이미 허물어 지고 재개발 중인. 마지막으로 남은 회현동 시민아파트.
서울에 남겨진? 우리나라에 남겨진? 하여튼. 마지막 시민아파트 라는데.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한 아파트라고 하기도 하고. 그것 말고도 요즈음. 그리고 전에. 여기저기 살짝살짝
나오곤 했었다지.

왔다갔다 하면서 언젠간 가봐야지- 했던곳에 어찌저찌 가보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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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여진 계단을 내려가면. 그 옛날 꽤나 마나님들이 사셨다는 시민아파트가 바로 등장.
언덕배기에 지어진 아파트라서 구조가 꽤나 특이한게. 1층 부터 현관/입구가 있는게 아니라
저렇게 중간층에 다리로 연결 된 구조라던가. 요즘 건축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불안정한
구조를 갖고 있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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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이 69년인가. 올해로 지어진지 38년째 된다는 아파트. 여러 동들 중 마지막으로 남은 요
녀석도 올 가을에는 철거 예정이래.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삶의 터전으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곳이라구.

오랜 세월만큼 쌓여진 사람의 흔적은. 비단 지저분하다라고만 표현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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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아파트의 출입구. 아직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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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아파트가 지어질 때의 형태에서 근근히 이것저것이 덧붙여져 현재에 이르렀다. 하는
것들이 여기저기서 보여. 창문 샤시 라던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건. 내가 도심 한가운데서 사는게 아니며 그래도 나름 이런 느낌의
곳들에서 살아왔기 때문인걸까. 이것을 보고 거부감이 들거나 어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런지.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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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이 지저분하다고 느껴져?

그런 사람도 분명 있을거라 생각은 하는데. 하지만. 나는. 아름답다고 까진 못하더라도.
이쁘다. 내지는 따뜻하다. 포근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저 화분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른 사람의 화분이라고 생각해보면. 각기 다른 여러 사람들의
손길을 거친 흔적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그런 광경이라구.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화분
각각이 각각 다른 사람이라 감정이입을 하면. 아파트 단지내의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모여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까. 약간 과대망상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지.
펑퍼짐한 꽃무늬 파자마를 입으신 할머니가 지긋이 화분을 돌보는 광경도 떠오르고.

따뜻하게.

봄에. 혹은 여름이 다가오면. 그렇게 꽃이 피면. 꼭 다시오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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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만난 고양이씨. 반가워서 아는척이라도 하려 다가갔지만 날 본 고양이씨는 콧방귀=3도
안뀌고는 휙. 하고 사라져 버렸어. 저 고양이에게도 이곳이 삶의 터전이겠지. 다른 지역에서
원정 온 걸 수도 있지만, 어쩌면 어미 고양이때 부터. 그 어미의 어미 고양이, 더 훨씬 위의
어미 고양이때 부터. 대대손손 아파트에 숨어서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살아갈 수도 있겠지.
오랜세월 지내서 이곳이 곧 자신의 영역이며. 세상의 전부로써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고양이씨.

인사는 좀 하고 살자고. 각박한것=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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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와는 또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 층과 층을 이어주기도
하고 낮은 곳과 높은곳을 이어주기도 하겠지. 이렇게 삶의 공간 가까이 있는 다리는 그 의미
또한 다르지. 없으면 살 수 없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다닐 수 있으니까. 엘리베이터 라던가
에스컬레이터 같은 다른 수단은 있지만. 여기엔 해당될 수 없는 문명이잖아. 여긴 여기 나름
대로의 삶의 방식이니까. 구조도 그렇고. 해서. 난 계단이 좋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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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어둡게 찍은건. 곧 허물어질. 사라져 버릴. 오래된 삶의 공간이다- 라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거였지만. 출사가 끝날 무렵엔 오히려 힘들고
오래되서 칙칙한 무언가 보다 따뜻한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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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안정해서 답답해지는 구도 역시 그런 생각에서 찍은것이었지. 금방 무너져 내려
버릴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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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앞에 겹겹이 쌓아둔 빈 병들. 이걸 마신 사람은 고된 심정으로 매일. 혹은, 어쩌다가
한병 혹은 여러병들을 비워 쌓아올렸던 걸까. 아니면 힘든 하루를 마감하고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 하루를 마감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다시끔 느끼면서 행복해 했던걸까.

문득. 사람에 대한 소설을 다시끔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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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게 되면 다시 올라가게 되고. 올라가게 되면 다시 내려오게 되고. 사람의 삶이라는 것
도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면서 더욱 높은곳을 바라보고 열심히 오르려 하는게 아닐까.
기왕 오르락 내리락 하려거든 '스위치 백'방식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싶어. 쨌던 결국은
올라갈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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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하늘이지만. 그곳에도 하늘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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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계단을 올라. 사람들이 살아가던 곳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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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계단을 밝히는 오래된 전등. 쌓여진 먼지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녀석 덕분에 다치지
않고 잘 다녔었겠지. 그렇게 꿋꿋하게 오랜세월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녀석. 그 시간만큼
녀석에 머리에도 세월이 쌓여있네.

다른 장소에 또 갈 예정이 없었다면, 밤까지 이녀석이 제 솜씨를 발휘하는 모습을 꼭 찍고
싶었는데. 다시 여길 와야될 이유가 또 하나 생기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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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서. 그 녀석과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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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의 흔적을 지닌채, 그래도 아직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듯한 녀석과 만났
어. 잠시 차가운 돌 계단에 앉아 녀석과 얘기를 나눴는데. 자신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얼마
나 잘 되서 자신과 이별 했는지. 또 그 다음 주인들은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모른다고 칭찬을 늘어놓는 녀석을 묵묵히 지켜봐줬었지.

지금은 왜 여기 홀로 있냐고 묻자.

가만히 하늘을 보던 녀석이 나를 보며 얘기했어.
잠시 쉬는 거라고. 날씨가 너무 좋고, 그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 답답했었어서. 바깥공기를
쐬며 너 처럼 바쁘게 다니는 녀석이 잠시 쉴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있는 거라나.
그리고는 자신의 등을 나에게 내미는 녀석에게.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훌륭한 녀석. 오래 살았을거니까 좀 쉬어도 된다구.

01

아직 이곳엔 사람이 살고 있구나. 하고 느껴져. 흔적.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버려진 녀석은 과연 행복할까. 온몸을 녹이며 세상에 밝은 빛을.
어쩌면 아주 사소한 빛을 뿜어내곤 사라져 버리는 촛불은.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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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은.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구.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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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오른쪽에 있는 녀석이 나중에 지어진 녀석이 아닐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똑같아 지는 것을. 새로운 것도. 오래된 것도.

결국 똑같아 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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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쌓여졌지만. 그래도 이곳은 길.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오히려, 버려진
것들로 사람을 증명해주고 있는 곳.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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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연결되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문. 온전히 유리가 있었고 온전히 그 모습을 간직했던
시절도 있었을텐데. 그래도 아직, 녀석은 제 구실을 다 하고 있어. 본 모습을 잃었을지언정
본 정신. 본 마음은 그대로. 자신의 역할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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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익숙해지고 오래 가지고 있다보면 계속 무언가를 늘려가고 바꿔나가. 처음의
형태에 이것을 붙이고 저것을 붙이고 자신의 편의대로 바꿔나가지. 그것이 의지. 사람이
삶에 반응하는 행태. 살아있음의 증명. 활동의 끝에는 어떤 형태던 불완전한 창조가
이루어 지므로.

그런것이 변화. 연속. 이어짐.

결국 사람이 만들어 가는거니까. 사람의 의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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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으쓱- 하고 약간은 거들먹 거리며 포즈를 취해주는것 같은 두 녀석 모습에 잠시
웃음이 났어. 둘 다 웃고 있는것 같지 않아?

글쎄. 착각인걸까. 하지만 나에겐 정말 그렇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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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곳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

새로운 것이란 어떤 것일까. 아주 작은 순간에만 존재하는 무엇이 아닐까.

이 아파트 만큼의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 아파트가 새로운 무언가였으며 가장 의미
있는 무언가였을지도 몰라. 그들에겐 새로운 무언가는 이미 낡은 무언가가 되어 바뀌어야할
무언가라고들 말해. 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겐 새로운 무언가였다구.
그들이 자신의 꿈을 담았던 무언가 였다구.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현 세대의 주역들에겐 낡은것임이 당연하겠지. 항상 새로운 무언
가를 추구한다는걸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래도 아쉽고. 또 아쉬운건.
역신 단순한 낭만주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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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창 밖으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이 낯설어 보이지 않고 어색해 보이지 않는건. 그만큼
오랜 세월을 마주 해온 녀석들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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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 스카이 콩콩 by 오래된 이야기

홀로 버려진 스카이 콩콩.

아직 이것을 기억하고 이것에서 기븜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는걸까. 쓸쓸해 보이지만.
다시끔 제 역할을 다해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순간을 기다리며. 자신을 기억하는
노인들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미소를 띈채 자신을 어루만져 줄 순간을 기다리며.
두근두근. 하고 있는것 같기도 해.

편히 쉬고 있어. 언젠가 누군가 데리러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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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저 다리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 덕분에. 좀 더 담고 싶은 무언가를 못담았네.
내가 뭐라 할 입장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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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이런저런 변화의 흔적이 보이는 복도. 요즘과는 다른 모습에 어색
하기도 하지만. 문명의 이기를 거쳐오는 흔적으로. 그래도 나름 편리할 수 있도록 애쓴.
그런 모양새를 간직하고 늘려 나가고 있네.

012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잠겨있어서 투덜거리며 내려오기도 하고.
내려가던 길에, 누가 언제. 얼마나 화가 나서. 아니면 이런저런 다른 어떤 마음에 저런걸
써서 붙여 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녀석을 발견. 이 또한 세월의 흔적이겠지. 지금은
딴데선 볼래야 볼 수도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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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다시 돌아 이 자리로.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

많은걸 안고 떠나. 덕분에.
자. 몇달 뒤에 또 봐. 가는길, 지켜봐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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