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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7 의자는 잘못 없다.

의자는 잘못 없다.

체리필터 - 낭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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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만에 본 연극. '의자는 잘못 없다'.

얘기에 앞서, 내용을 다소 많이 포함 하고 있으니 볼 사람은 읽지 말도록 하라구.

대학로 두레홀 3관에서 한 공연인데. 꽤 오랬동안 공연되고 있는 연극인듯 해. 뭐어 사전에
따로 정보를 갖고 본건 아니었고. 본래 아침고요수목원에 갈 예정이었지만 이래저래 여차
저차 어쩌고 저쩌고해서 못가게 되버려서. 연극본지도 오래된 참에, 연극을 좀 봐볼까.
하다 몇몇개 고른게 '라이어' 하고 '굿 닥터' 였는데. 당연하듯, 당일 예매는 불가능 하더라
구. 현장가서 표를 구할 수도 있었을 거지만, 굳이 모험하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어
그냥 이것저것 찾아 보다. 어쩐지 마음에 들어버려서 예매한 '의자는 잘못 없다.'

극단 완자무늬의 김태수씨가 연출한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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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문덕수역의 김병순씨, 강명규역의 배수백씨.
송지애역의 유동숙씨, 문선미역의 전지애씨.

각 캐릭터의 구성은, 문덕수와 문선미가 부녀사이. 강명규와 송지애가 부부사이로 나와.

연극에 그다지 조예가 있질 못해서. 많이 보질 못하기도 했고. 왼쪽의 세분은 잘 모르는 분
들 이었는데, 문선미역의 전지애씨는 어쩐지 낯이 익어서. 다시 보니, 드라마 '궁'에서 긴
생머리에 빨강 뿔테인. '강현'역을 하셨었더군. 알고보니 '83년생. 괜히 반가운게=ㅅ=;;

대강의 줄거리는 이래.

딱히 직업은 없는채 시험준비를 하며 도서관에 다니고 있는 강명규가, 어느날 가구점 앞을
지나가다 웬 의자를 하나 발견하게 되. 첫눈에 그 의자가 너무 마음에 든 강명규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 가구점 주인인 문덕수에게 의자를 팔것을 요구하지. 문덕수는, 자신의 딸이
직접 만든 의자이기에 팔 수 없음을 요구하지만 강명규가 문덕수가 생각하는것 보다 더 많
이 가격을 제시하자 계약금을 받고 일단 팔기로 하지.
하지만 팔 생각이 없었던 딸 문선미는 이 소식을 듣고 아버지에게 분개하고, 강명규가
직장을 잃어 생활고에 고민하던 송지애는 가뜩이나 부족한 살림에 그런 큰돈을 들여 의자
를 산다는데 동의할 수 없어 화를 내게 되.

이게 도입부. 4명의 갈등구조의 시작이야.

이 이야기는, '의자'라는 사물의 각각의 자기 자신을 투영시키고, 겉으로 보이기에는 '의자'
라는 사물을 둘러싸고 대립하는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거기에
따른 부분적인 자기성찰의 관한 이야기랄까.

이야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은 '강명규'와 '문선미'. 문덕수와 송지애는 이 둘을 보조
하며 한편으로 자신의 의식을 투영시키게 되는데.


문덕수부터 얘기해 보자면.
문덕수는 아내와 이별(사별인지는 밝히지 않고)한채 홀로 가구점을 운영하며 딸 문선미를
키우고 있어. 지극히 남성적인 인물로, 한때는 아내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하며 가정을 바른
모습으로 이끌어가지 못한채 자신의 삶을 살던 사람이지. 지금은 아내를 잃은채 딸을 바라
보며 살고 있지만, 옛적 자신의 자존심과 고집을 여전히 끌어안은채 이해타산적인 모습으로
삶에 젖어 살고 있어. 결국은 돈에 얽매이게 되고. 그것이 딸을 위해서라고 규정짓지만,
정말 진심으로 딸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겠고.


송지애는 전형적인 가정주부로.
딱히 다른 직업은 갖지 않은채 남편 강명규만 바라보고 사는 인물이야. 어찌보면 가장 캐릭
터가 모호한 사람으로, 우선 자신의 가정을 가장 우선시 하고 충실히 지켜내려 하는 근본을
갖고 있지만, 어떤 모습으론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져 가는 가정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
리는 듯한 모습도 보여. 가정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남편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 가려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강명규를 사랑하기에 강명규의 고집에 굴복하기도 하지.
우선은 자신의 고집을 바탕으로 행하려 하지만, 일단 남편에게 동의하면 누구보다 적극적이
되어서, 남편보다 한술 더 뜨는 모습조차 보이기도 해. 오히려 더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하지.
하지만 송지애에게 있어서 가정을 지키는 가장 큰 중심 중 하나는 '돈'이고. 이 돈을 통해
자신에 대한 강명규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결국 돈때문에 강명규를 져버리려 하기도
했지.


강명규는 일단. 실패자야.
직장을 잃은채, 자신감을 잃고 무얼 해야 좋을지 모르는 자신에게 실망한채 자신의 무능력
함에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가고 있었지. 그런 그에게 '의자'라는 존재가 자신
과 동일시 됨을 느꼈어. 강명규가 의자에 앉아보며 문덕수에게 이렇게 얘기 했지.

'의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너무 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불편하지도 않아요.
의자가 너무 편하면 잠이와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불편하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다지 의미심장한 대사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특별한 모험이라던가. 다양한 삶의 모습
을 추구하는게 아닌, 작은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 강명규의 성격이 들어나 보인다
랄까. 어쩌면, 한때 멀쩡했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켰을지도 모르지. 그 때의 자신의 모습
이 보여, 의자를 소유함으로써 그때의 자신으로 잠시나마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직,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30만원
이라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의자를 소유하려 욕심을 냈어.
그 뒤로 갈등에 휘말리면서, 결국 아내를 설득하지 못한채 자신의 욕망 때문에 아내마저도
잃는 상황도 겪게되지.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바를 가장 우선시 하는 사람이었다랄까.


문선미는 미대지망생으로 가슴속에 아픔을 갖고 있어.그게 어머니를 잃은 아픔인지, 사랑
했던 사람에게 버림받은 아픔인지는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지는 않지만.
가장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지만, 연출의 부족에 의해서 인지 조금 정체성이 모호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하는 캐릭터였는데. 꽤나 극단적인 성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하지 못하
면 자기 세계 안에 자신을 가둬버려. 이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은 것으로, 정도가 심하면
자학을 하기도 하는데. 늘 가방에 소주를 넣어갖고 다니며 술을 마시는데. 문덕수의 말로는
그것도 자학의 일부라고 얘기하지.
의자는 문선미가 직접 만든건데, 문선미에게 있어서 의자는 이도저도 아닌 부족한 자신. 늘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자신을 투영시키는 사물이야. 그런 문선미에게 있어서 의자를
판다는건 자신의 못난 부분이 버려지는것으로 여겨져 의자를 팔지 못하도록 소리를 지르고
급격하게 반항했지만, 문득 누군가가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강명규와 둘이
대화를 나눈뒤 상품-사물로써가 아닌 한 사람에게 사랑받는, 중요한 존재로 소유당하는
존재가 되주기를 요구하지. 하지만 아버지인 강명규가 금전적인 가치로써 의자를 판매하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이로인해 4명의 갈등구조가 완성되게 되.


심도 깊은 심리를 다룬것도 아니고 심도 깊은 내면 자아를 다룬것도 아니라서. 조금은 어중
간한 내용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진지하게만 가면 쉬 지루해
질 수도 있고, 이는 곧 흥행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작품은 걸 수 없는 현실로
적당한 타협점을 찾은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대다수는 나와는 틀리겠지만, 나는 좀 더 깊은
심리를 다룬채 더 심각한 갈등과 모순으로 내용을 이끌어줘 갔으면 훨씬 좋은 내용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뭐. 내용. 좋은데.

연출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ㅁ=;;;;. 가장 인상깊게 마음에 안들었던것. 음악 셀렉. 그중
에서도. 문선미가 외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자기 내부로 파고
드는 장면에서. 헤드폰을 귀에 눌러쓰고 최대볼륨으로 음악을 들으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씬에서. 갑자기 웬 '낭만고양이'-_-;; 비트가 강하고 약간은 하드코어한게
좋긴 한대. 뭐랄까. 어떻게 표현은 못하겠는데 너무 난데없었다랄까-ㅅ-;; 볼륨도 지나치
게 너무 컸고. 좀 이질감이 들더라구. 다른 음악들 역시 볼륨 조절을 그다지 잘 하지 못했고,
그다지 씬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그런 음악은 못됐었어.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랄
까. 융합되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배경으로 쓰였던 영상들도, 너무 오래된 영상들로만
사용되어졌어서. 요즘같은 시대에, 조금 신경쓰면 최근에 새로 촬영한 영상으로 좀 더
퀄리티 있는 극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건데. 여러 아쉬움이 좀 남더라구.

제일 뜬금없었던건-ㅅ-;; 갑자기 난데 없이 펼쳐지는 강호의 4인 씬-ㅅ-;; 웬 무협장면으로
갑자기 전환되서 다들 도복을 입혀놓고;; 칼을 휘두르지 않나-ㅅ-;;. 의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좀 코믹하게 풀어놨던 것일텐데. 그렇게 따지면 문선미가 만들었다는게 앞뒤가
안맞잖아요-ㅁ-;; 것도 그렇고 진지성을 유지했던 앞의 분위기를 너무 뒤엎어 버려서.
코믹한 요소로 좀 더 관객몰이를 해볼까- 하는 계산이었다면. 글쎄 흥행면에선 잘 모르겠
지만 내용면에선 조금 에러가 아니었을까.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지 않고 너무 설명적이었던것도 많이 아쉬운 부분
이었어. 음- 이런걸까- 하고 생각하면 다 말해줘버리니까. 너무 쉬워졌다랄까. 너무 어렵
다면 그것도 또 문제가 될테지만도. 흐음-.

4분다 연기는 아주 좋았어. 그중에서도 송지애역을 맡았던 유동숙씨의 연기가. 약간은 과장
되 보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극다운 연기랄까. 인상깊더라구.
문선미역의 전지애씨는, 열심히 연기한다-라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아직 조금 깊이가 부족
한 느낌이 들었지만도. 무협씬에서 어우야아~ 하는 장면은 귀엽기도 했지만. 아하하-ㅁ-.
다만 눈썹 화장을 좀 더 색깔있게 해주면 참 이쁠건데-ㅅ-;; 눈썹이 계속 눈에 띄었어.;;

포스터의 경우도. 상상력이 조각나고 자시고 할건 전혀 없었는데-ㅅ-;; 꼭 스릴러같이 홍보
해놨더라구. 스릴러 절대 아님-ㅅ-;;


하여간에. 꽤나 간만에 본 연극이라. 이런저런 얘기들을 긁적긁적 해놨네. 실은 좀 더 많이
얘기하고 싶었지만. 뭐어 그냥 요정도로 해둘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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